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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분노와 증오의 장사꾼들

나는 인생론, 처세술, 행복론, 삶의 지혜, 치유, 힐링.. 이딴 거에 대한 3자의 논리를 전혀 믿지 않을 뿐더러 그 근처에 얼씬거리지도 않는다. 그간 내 방구석에 모아놓은 책 중에 위와 같은 주제에 관한 잡서(雜書)는 단 한 권도 없다.

TV를 봐도 내 생각은 역시 그렇다.
방송에 출연한 연사가 마구 뿜어내는 힐링의 어휘들은 청중의 정신을 마비시키고 감각을 무디게 하여 일순 막연한 행복감에 젖어들게 만들지만, 조금의 시간이 흐르고 나면 모두들 엄중한 현실로 되돌아와 다시금 고통 속에 아수라의 세상을 마주해야 한다. 어라? 아까의 행복감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아니다. 사라진 게 아니라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그 가짜 행복감이 세상을 향한 '분노'로, 타인을 향한 '증오'로 탈바꿈하였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자칭 '위로와 힐링'의 전도사들이 동시에 '분노와 증오'의 장사꾼들이라 믿는다. 타인의 삶을 올바르게 인도하겠노라 요설(妖說)을 푸는 자들 중에 제대로 된 인간을 지금껏 나는 본 적이 없는데, 그들이 노는 물이란 게 죄다 제 뒷주머니 채우는 사기꾼들로 그득하지 않았던가 말이다. 청년들로부터 토크쇼 입장료로 7~8만원이나 받아 챙기면서 목마른 그들에게 기껏 남 탓과 허세를 주입했던 청년 힐러 김제동의 언리얼 코메디가 바로 그것 아니었겠나. 근데 이 인간은 요즘 뭐하냐? 정권이 바뀌자 고달팠던 대한민국 청년들이 다 자연치유돼 이젠 할 일이 없어진 겐가.

ㅎㅎ 세상은 요지경이로다.
너도 나도 재물을 쫓아 지옥문마저 서슴없이 열어젖힐 인간들이 초연한 척, 무소유를 아가리에 담고 제 욕심만 빈틈없이 채우고 있으니. 하지만 우중(愚衆)의 시대에 이게 그리 놀랄 일은 아닐 것이다. 아래 기사 또한 빙산의 일각이지만 혜민이란 엉터리보다 그를 믿고 그의 세치 혀에 몸을 맡긴 중생들이 내겐 더 가련해 보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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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타워가 보이는 자택을 공개한 뒤로 논란이 돼온 혜민스님이 참회의 뜻을 밝히며 활동 중단을 선언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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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열심히 돈 많이 벌어라. 뭐라할 사람 아무도 없다. 그러나 피차일반 속물(俗物)인 주제에 남보고 욕심을 버리라는 개소리는 하지 말자. 그대의 무욕(無慾)이 진심이라면 먼저 나서서 자신이 가진 것 탈탈 털어 내놓은 뒤 역전에 모포 한장 깔고 판 펴시든가. 한데 왠걸, 법복과 사제복까지 입으신 채 모순된 논리로 천문학적 돈을 벌어 처잡수시는 분들이 계셨다니, 도대체 여기 무슨 말을 더 보태리오. 대중의 무지(無知)란 사기꾼들에게 이렇게나 편리한 도깨비 방망이다.

모든 게, 이제 나이 40줄 넘어갔으면 그만 속아도 되는, 다 알만한, 뻔할 뻔자의 스토리 아니었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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