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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tle's Step

승학산에서 구봉산 대청공원까지

 

#turtle's_step 20201016

 

집에서 1001번 버스 새벽 첫차를 타고 아침 6시 동아대 하단 캠퍼스에 도착. 5분 뒤 동아대 주차장에서 나홀로 산행 출발.

 

길을 잘못 들어 엄궁 한신아파트까지 넘어 갔다가, 등로(登路) 없는 가시밭길을 40분 가량 헤치고 정상루트로 복귀. 초장부터 체력 90% 고갈.

아구~ 힘들어.

 

겨우겨우 승학산(乘鶴山) 정상.

 

해발 497m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높게 느껴지는 산이다. 출발지가 바다와 인접해 낮은 해발고도부터 산행이 시작되기 때문에 체감이 별다르리라 본다. 아니면 내가 땀을 많이 흘려 정신이 나갔던지.

 

 

 

정상뷰는 끝내준다.

정관 달음산도 그렇지만 정상뷰는 산이 높고 낮음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다. 주위를 가리는 요소가 있느냐 없느냐가 더 중요.

 

 

승학산 정상의 파노라마.

 

 

억새밭을 지나며 뒤돌아 본다. 뾰족한 끝이 승학산 정상이다.

 

 

승학산 억새밭 전망대 데크 위에 백패킹 텐트 두 동(棟)이 보인다. 어제 늦게 올라와 아직 편한하게 휴식을 취하고 계신 듯.

 

 

정면으로 산의 왼쪽에 부산항공무선표지소 건물이 보이는데 그 옆이 구덕산 정상, 오른쪽의 돔형 건물은 기상 레이더이다. 추정컨대 레이더가 위치한 자리가 시약산(時藥山)일 것이다. 현지에 가보면 두 건물의 상호 거리가 생각보다 가깝다.

 

 

억새밭을 헤치고 깔딱고개를 넘어 올라온 구덕산(九德山)의 끝(해발 565m). 오늘은 깔딱고개를 최소 4번 이상은 올라야 할 것 같다.

아~ 승학산 정상부터 불기 시작한 바람이 몹시 차다. 좀 따뜻하게 입고 올 걸.

 

※ 원래 구덕산의 높이는 해발 668m이다. 정상 자리에 부산항공무선표지소가 있어 일반인은 출입할 수가 없다. 그러니까 해운대 장산의 정상석처럼, 저 정상석도 상징적 의미만 갖는 가짜이다.

 

이제 꽃마을로 하산한 뒤 엄광산(嚴光山)을 오른다.

 

꽃마을 편의점에서 500ml 생수 2병 보충

 

 

엄광산을 오르며 바라본 구덕산 정상. 이렇게 보면 참으로 멀리서 여기까지 왔다는 느낌이 든다. 산아래 건물들이 꽃마을이다.

 

 

엄광산도 막판에 디게 빡쎄네.. 쉬운 게 없구나.

당(糖)이나 보충하고 가자. '자유시간'.

다음에는 '스니커즈'로 바꿔볼까.

 

 

엄광산 정상(해발 504m).

 

지금까지 '알바'(길을 잘못 들어 헤매다가 고생 끝에 제 길을 찾는다는 의미의 등산 속어(俗語))를 3번이나 했다.

 

첫번째는 승학산 오를 때, 엄궁으로 넘어가는 바람에 가시밭길을 한참 되돌아 와야 했고.

두번째는 구덕산에서 꽃마을 내려가다 지름길을 택했는데 장마로 길이 유실된 터라 카카오 지도를 참고해 겨우 마을을 찾았고.

세번째는 엄광산 오를 때, 동네사람이 정상에 이르는 길로 임도를 가르쳐 주는 바람에 다시 산길을 찾아 한참 우회해 정상을 찍었다.

 

남은 여정에 또다른 알바가 없길.. 왠만한 산을 하나쯤 더 올랐을 에너지의 낭비. 너무 피곤하다.

 

 

엄광산을 넘어가자 눈에 들어오는 북항대교. 그러므로 이곳은 동구 수정동, 초량동의 뒷산이 되시겠다.

 

 

계획은 수정동 가족체육공원으로 내려 가는 것이었지만 기왕 여기까지 온 거 구봉산 찍고 대청공원으로 나가 보자. 봉수대 방향으로 가면 된다.

 

이때 벤치에 앉아 쉬고 계시던 할머니 한 분께서 말을 거시기를, 서울 사는 아들놈이 등산스틱을 보내줬는데 그 사용방법을 잘 모르니 나보고 설명해 달라고 하신다. 할머니 스틱은 플립락 스타일에 카본 재질이다. 가볍고 다루기 쉬워 꽤 좋은 제품. 할머니께서 어찌나 꼬치꼬치 캐물으시는지.. 답변하느라 20분은 붙잡혀 있었지 싶다.

 

 

산을 하나 오르자 갑자기 나타나는 구봉산(龜蜂山) 정상석. 깜짝 놀랐다(해발 431m). 말해두겠는데 정상에서 거북이를 찾는 수고를 할 필요는 없다.

 

 

어이, 비 내린다, 구라청.

 

 

구봉산 봉수대 모형 앞에서.

 

 

대청공원인지, 평화공원인지, 중앙공원인지, 민주공원인지.. 이노무 나라는 공원명 하나도 가만두지 못하나 보다. 나는 그냥 대청공원이라고 부를란다. 그게 익숙하고 편하다.

 

이것으로 산행 종료.

 

동아대 하단 캠퍼스 주차장 → 승학산 정상 → 구덕산 정상 → 꽃마을 → 엄광산 정상 → 구봉산 정산 → 대청공원

 

대략 부산 사하구, 서구, 동구, 중구를 아우르는 산길을 종주한 셈이다.

 

총 14.34km(GPS 에러), 7시간40분 소요.

 

38번 버스 타고 집으로.